목장의 저녁에는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석양속에서 소들의 모습을 담아보려고 하니
소 한마리 저만치에서 걸어 오는 것이 아닌가.
설마 이쪽으로 오랴 싶었는데
왼쪽 길에 서 있는 내 앞으로
그 소가 다가온다.
이러다가 소에 받히는 것이 아닐까.
겁을 먹고 자리를 비켜
얼른 도망을 갔다.
그런데
그 소는 여전히 그 길을 따라
목장위로 걸어갔다.
아,
저 길이 소가 걸어다니며 만들어진 길이로구나.
그러니 그 길로 걸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였구나.
그 소는 내게 해를 끼치려고 한 것이 아니였는데
나 혼자만의 착각이였구나.
- 제주의 목장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