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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이야기313

엄마 걱정 엄마 걱정 - 기 형 도 - 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아주 먼 옛날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누구나 한번쯤은아니 수 없이엄마를 기다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때가 나의 가장 좋은 시절이였던 것 같다   ( 제주의 대숲에서 ) 2024. 10. 7.
어느날 문득 어느날 문득 - 마 종 기 - 어느날 문득 뒤돌아보니까 60년 넘긴 질긴 내 그림자가 팔 잘린 고목 하나를 키워 놓았어 봄이 되면 어색하게 성긴 잎들을 눈 시린 가지 끝에 매달기도 하지만 한 세월에 큰 벼락도 몇 개 맞아서 속살까지 검게 탄 서리 먹은 고목이 어느날 문득 뒤돌아보니까 60년 넘은 힘 지친 잉어 한 마리 물살 빠른 강물 따라 헤엄치고 있었어 정말 헤엄을 치는 것이었을까 물살에 그냥 떠내려가는 것이었을까 결국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못한 채 잉어 한 마리 눈시울 붉히며 지나갔어 어느날 문득 뒤돌아보니까 모두 그랬어, 어디로들 가는지 고목이나 잉어는 나를 알아보았을까 열심히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뚝심이 없었던 젊은 하늘에서 며칠 내 그치지 않는 검은색 빗소리 ---------------.. 2024. 9. 23.
구월의 시 구월의 시 - 조 병 화 -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움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 구월도 이제 절반이 지나고 있다 몹시도 뜨거웠던 올여름 구월 중순이 된 지금도 덥기만하니 이제 구월도 여름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여름동안 축 늘어졌던 몸과 마음.. 2024. 9. 15.
이슬의 꿈 이슬의 꿈  - 정 호 승 - 이슬은 사라지는 게 꿈이 아니다이슬은 사라지기를 꿈꾸지 않는다이슬은 햇살과 한 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이슬이 햇살과 한몸이 된 것을사람들은 이슬이 사라졌다고 말한다나는 한때 이슬을 풀잎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때로는 새벽별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슬은 울지 않는다햇살과 한몸을 이루는 기쁨만 있을 뿐이슬에게는 슬픔이 없다  ................................................................................................................ 이슬을 풀잎의 눈물새벽별의 눈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아쉬움과 미련이 있어서그런 것 같다.   - 서귀포시 법화사에서 - 2024. 9. 2.
갈대꽃 갈대꽃  - 유 안 진 - 지난여름 동안내 청춘이 마련한한 줄기의 강물 이별의 강 언덕에는하 그리도 흔들어 쌓는 손그대의 흰 손갈대꽃은 피었더라.  ........................................................................................................ 가을의 상징인억새꽃과 갈대꽃이 피어 날 준비를 하고 있다 2024. 8. 24.
무게 무게- 송기원 - 바람이 불면, 문득 무게가 그리워지네 나도 한때는 확실한 무게를 지니고바람이 부는 언덕에서한껏 부푼 부피도 느끼며군청색 셔츠를 펄럭였지 마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그렇게누군가의 안에서 언제까지라도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 흐르는 세월 속에 살다 보니무거워져야 할 것은 가벼워지고가벼워져야 할 것은 무거워진다 머리는 갈수록 비워지고생각도 없어져 가고감성마저 사라져 간다 다만몸무게만 나의 모든 무게를 감당하듯변함이 없으니오호 통재라!!! 2024. 8. 19.
내 울음소리 내 울음소리- 조오현 - 한나절은 숲 속에서새 울음소리를 듣고반나절은 바닷가에서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언제쯤 내 울음소리를내가 듣게 되겠습니까 .......................................................................... 어렸을 적에는시도 때도 없이눈물을 흘리던 사람들도어른이 되면눈물 한 방울 흘리는 것이어렵게 된다 슬픈 일이 있어도어른이라는 이름 때문에속으로만 삼키게 되는 것이다 다만,드라마나영화의 슬픈 장면에서는눈물을 흘려도주책이라는 소리만 들으면 되니그것은 괜찮은 것 같다. 2024. 8. 12.
목성에서의 하루 목성에서의 하루 - 김 선 재 - 숲이 흔들리면 바람이 된다바람이 된 숲으로 들어가면낯선 바람 없이도기다릴 줄 알게 된다 아무것도아무려나어떻게든 나무를 열고 들어간다 열어둔다  ................................................................ 장마가 끝나니여름 내내 숲 속에 들어갈 일만 남았다익숙한 곳낯선 곳 올여름은 숲 속에서자연이 주는 보약이나실컷 마셔봐야 하겠다 2024. 7. 24.
두고 온 사람 두고 온 사람 - 유 혜 빈 - 나는 내리는 비 아래 소나기를 피해야겠다고 조금이라도 젖지 않아보겠다고 애초에 괴롭지 않겠다고 그러니 나가지 않으면 되는 거라고 차라리 묻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러겠다고 전력으로 달릴 때마다 나는 알게 된다 저 날씨 끝에 누군가를 두고 왔다는 이제는 데리러 갈 수 없다는 것 ............................................................................................. 아버지 12번째 기일을 보냈다 임종때 자리에 없던 막내딸을 보려고 나비로 잠시 나타나셨던 아버지 아버지를 생각하면 항상 그립고 애틋한 마음이 든다 2024.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