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도착한 김포공항은
어둠이 내리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택시를 타려고 서울행 택시가 있는 곳으로
가다 보니 모범택시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곳은 아니구나 싶어서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모범택시들은 다 나가고 그 사이 들어온
일반 택시들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가는 것이 아닌가.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서 순서대로 세 번째 세워져 있는
택시를 타고 행선지를 말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기사분이 말씀하신다.
왜 왔다 갔다 했냐며
나하고는 인연이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인연이 되었다고
이게 무슨 말?
기사님 말씀이
한 시간이나 이곳에서 손님을 기다렸는데
겨우 탄 손님이 공항 근처에 가는 손님이라고.
화가 무척 많이 나신 듯
행선지를 말해도 자기는 잘 모른다고
이런, 요즘 네비가 있는데 기사님이라고 해서
서울을 다 알까.
딸아이 집근처에 차를 세우고
요금을 지불한 뒤
수고했다고 말했는데도
무표정으로 차는 떠났다.
오래 기다린 기사님도 이해는 되지만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 김포공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