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만성 말라리아 때문에 입원을 한 여섯 살 정도 되는 남자 아이가 근처에 사는 친척이
준비해 온 수수죽 한 그릇을 사이에 놓고 아버지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왜 죽을 먹지 않느냐고 물으니 아이는
“아버지가 아침부터 굶어 분명히 배가 고픈데 나누어 먹자고 하니 절대 먹지 않겠다.”고 한다며,
그래서 아버지가 먼저 한술 뜨기 전엔 자기도
절대로 먹지 않겠다며 눈을 부릅뜨고 아버지와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
그 부자의 눈싸움은 사랑의 눈싸움이요 행복의 눈싸움이었다.
수수죽 한 그릇으로 그들은 가슴 찡한 행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들을 보며,
더 많은 걸 가져야 하고 더 많은걸 누려야 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행복관이야말로 애당초 시작부터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진 것은 적지만 그것을 서로 나누고자 하는 마음,
자그마한 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
무엇보다도 산상 설교에 나오는 텅 비워진 ‘가난한 마음’이
이들이 누리는 행복의 비결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 故 이태석신부님의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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