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천수대비가
희 명
무릎을 곧추며
두 손 모아
천수관음 전에
빌며 기구합니다
천개 손에 천개 눈을
하나를 놓아 하나를 덜어,
둘 다 없는 내라
하나나마 그으기 고쳐주소서.
아으, 내게 베풀어 주시면
두루두루 쓰올 자비여 얼마나 큰고!
천수대비 관음전 앞에 서 있던 희명은 어떤 여인이었을까.
아마 그 시절 그러니까 경덕왕 시절 분황사에 무엇인가를 빌러 오던
민중들 중 한 여인이었으리라. 그녀는 아들의 눈을 뜨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무수한 사람들이 오늘도 무엇인가를 빌고 있다. 로켓이 달로 갈수록
기도의 중얼거림은 더욱 지구를 채운다. 기도라는 이름의 위성을 우주를 향해 쏘아올린다.
그 쏘아올림엔 기술이 필요 없다. 실패도 있을 수 없다.
그 기도가 필연이면 된다. 그 필연의 위성을 쏘아올리라. 21세기의 우주를 향해.
그리하여 모두 대한민국 시절의 ‘희명’들이 되어라.
기도문들을 남겨라, 오늘의 시로써.
<강은교·시인>
중앙일보 (2010. 7. 21) 시가 있는 아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