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눈이 오름의 능선 .... )
그날의 눈사람
- 강경보(1965~ )
단 몇 발자국으로
그토록 커가는 가슴을
만난 적 없다
하늘을 담은 그토록
시리고 시린 눈물을
흘린 적 없다
나 봄날의 해로 떠서
머리와 가슴이 하나였던
그를 사살하였네
한 번의 죽음으로
그토록 오랜 세월 흐르는 물빛
그 강물
대강의 눈, 코, 입, 그리고 계산이라곤 못하는 머리와
식을 줄 모르는 심장으로 태어난 사람이 있습니다.
마냥 굴러 제 가슴을 부풀릴 줄만 아는 이 사람의 본명은 눈사람, 세례명은 사랑입니다.
사랑에게는 원래 팔다리가 없어요. 꼼짝달싹할 수 없는 것, 사랑은 사랑의 포로이지요.
그리고 겨울은 봄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안 되는 사랑의 눈물이 자기를 버리는 자폭의 순간을 보세요.
햇볕의 사살이라니요!
하지만 신기하기도 해라,
사랑은 사고를 치지만 자신은 어느 결에 부활이 되어 있군요.
버려진 사랑은 죽어서 오히려 사랑에 닿았습니다.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적시는 물빛의 흐름마다 눈사람의 영혼들이 나비처럼 날고 있겠지요.
가슴이 녹아 물이 될 때, 눈사람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이영광·시인>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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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좋지만,, 그 시를 해석한 이영광 시인의 풀이글에 더 와 닿는 글귀가 있네요..
대강의 눈,코, 입을 가진,
식을줄 모르는 심장을 가진 사람..
이름은 눈사람,,
세례명은 사랑...
눈사람에게도 세례명이 있네요..
사랑이라는 세례명...
대강의 눈, 코, 입을 가졌을지언정,,
가슴은 뜨거운 사람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