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벽
- 박시교 -
누구나 바라잡으리
그 삶이
꽃이기를.
더러는 눈부시게
활짝 핀
감탄사이기를.
아, 하고
가슴을 때리는
순간의 절벽이기를.
절벽, 그 앞에 서보라. 수만 곡선들을 품은 직선의 아찔함.
절벽은 아찔함 앞에서 지상의 모든 곡선을 지운다.
그 아찔함의 말없음. 그 직선의 끝에 피는 꽃의 몸.
꽃은 순간 땅에 꽂히는 감탄사가 된다.
당신은 그런 ‘순간의 절벽’이 될 때가 있는가.
이 여름, 열정의 꽃이 핀 아찔한 순간의 꿈, 직선의 절벽이 되어라.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곡선을 품은 부드러운 직선이 되어라.
이 세상이라는 모래밭에 직선의 발자국을 찍어라.
삶의 곡선으로 충만한 그 절벽의 직선의 발자국을!
나부끼는 순간의 발자국을! 좋은 시는 직선의 출생신고이며
어느 여름날 가슴을 때리는 꽃의 개화다.
직선의 발자국, 그것은 꽃잎 위에서 삶을 향하여 외친다.
모든 삶은 꽃이다, 라고.
<강은교·시인>
- 중앙일보(2010. 8. 18) 시가 있는 아침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