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7번 국도
김소연(1967~ )
다음 생애에 여기 다시 오면
걸어 들어가요 우리
이 길을 버리고 바다로
넓은 앞치마를 펼치며
누추한 별을 헹구는
나는 파도가 되어
바다 속에 잠긴 오래된
노래가 당신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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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사랑을 만든다.
그것은 그러나 해질녘 빛과 어둠의 경계를 지우는 ‘그림자 사랑’이기 쉽다.
혹시 얼마 전 바다로 가는 길 위에 망연자실 서 있은 일은 없으신지?
왜냐하면 파도가 갑자기 환상처럼 보였기 때문에.
김소연 시인은 어떤 산문에서 ‘당신이 없다는 것이 실재라면 당신을 만나러 간다는
그 자체도 환(幻)이다’고 말한다. 바다로 가는 길 위에서 당신은 영 손에 잡히지 않는다.
당신은 자꾸 그림자가 된다. 없는 당신이 된다.
당신, 당신, 당신-. 그런데 ‘없는 당신’을 쓰는 것이 시가 아닐까?
시를 쓰는 순간 당신은 없는 길 위에서 살아나리라.
끝없이 존재하려고 하는 부재의, 깊디깊은 욕망에서.
그림자인 이들이여. 한번 실험해보라. 여름은 가장 알맞은 때이다.
그리고, 그러므로 모든 시는 연가를 지향한다. 아니 연가이다.
‘그림자 당신’을 향하여 끝없이 부르는 연가!
<강은교·시인>
- 중앙일보(2010. 8. 20) 시가 있는 아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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