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생각하고
신석정
팔월에 못 다한 우리들의 이야긴
아예 뜨거운 가슴에 간직하고 말자
저 구월 하늘을 스쳐가는 구름을 불러
조용조용히 띄워 보내도 좋겠지
이윽고는 고동색으로 물들을
낙우송 가는 가지 사이로 흘러올
저 쪽빛 구월 하늘을 어루만지며
우리들의 마음을 띄워 보내도 좋겠지
투박한 석류가 상달에 앞질러
날로 파열을 도모하는 뜨락에
대숲에 드는 소슬한 바람을 재우고
다하지 못한 우리들의 이야기도 재우고
진져꽃 향기 지치게 달려드는 날엔
추석날처럼 즐겁게 인생을 생각하고
언젠가 빛나야 할 내일을 생각하고
오늘은 베토벤의 ‘운명’이라도 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