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오는데 둥그런 달이 맞은편 하늘에 떠 있지 않겠습니까.
기상캐스터에 따르면 중부지방엔 비 출출 오는데 남부지방엔 폭염이라면서요.
“중부지방의 누군가 전화하지 않을까?
아니 남부지방의 내가 중부지방의 누구에겐가 전화해야겠네”라고
중얼거리며 이 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새삼 아름다운 시군요.
언어로 어떻게 이런 달밤의 빛깔을 내는지,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리게 하는지,
시인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더구나 13행과 14행의 강물 표현이 이 시에 긴장감을 주면서 단아하게 마무리하는 기법도.
완전한 육화(肉化)군요.
육화!
<강은교·시인>
- 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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