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판악 단풍 )
“어떻게 하면 시인이 될 수 있죠?” 라는 물음에 대한 답
-이브 메리엄(1916∼1992)
나무에서 잎을 따서
그 모양을 꼼꼼히 살펴보세요
가장자리 선이랑
안쪽의 금이랑
이걸 기억해 두세요, 잎이 가지에 어떻게 매달려 있나
(또 줄기에서 가지가 어떻게 뻗어 나왔나)
4월에 어떻게 움터 나오고
6월이 되면 어떻게 멋진 차림을 하나
팔월이 다 갈 때쯤이면
손에 쥐고 구겨보세요
그래서 잎사귀의 여름 끝 슬픈 향기를 맡아 보세요
(후략)
굳이 나뭇잎이 아니라도 좋다. 돌멩이 하나, 먼지 한 점이라도 좋다.
골똘하게 무엇인가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차분히 가라앉은 시간에 대한
집중을 통해 무엇인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내가 보인다.
얼마나 오랜만에 만나보는 나인가.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죠? 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읽어도 좋겠다. <손택수 >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