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물고기처럼
나희덕
어둠 속에서 너는 잠시만 함께 있자 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네 몸이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다 마른 샘 바닥에 누운 물고기처럼*
힘겹게 파닥이고 있었다, 나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몸을 비비는 것처럼
너를 적시기 위해 자꾸만 침을 뱉었다
네 비늘이 어둠 속에서 잠시 빛났다
그러나 내 두려움을 네가 알았을 리 없다
조금씩 밝아오는 것이, 빛이 물처럼
흘러들어 어둠을 적셔버리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자꾸만 침을 뱉었다, 네 시든 비늘 위에.
(하략)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순간 이미 사랑은 일어난 것.
사랑의 속성에는 ‘아니 될’ ‘아니 할’ 사랑이라는 이해 불가의 어떤 윤리가 내재해 있는 걸까.
두려움과 떨림이 그 반응인 것을 보면.
『장자』에서 빌려왔다는 *표시의 시인의 주를 여기에 다시 옮기는 것이 모자란
나의 감상보다 이익 크고 높으리라.
―샘의 물이 다 마르면 고기들은 땅 위에 함께 남게 된다.
그들은 서로 습기를 공급하기 위해 침을 뱉어주고 거품을 내어 서로를 적셔준다.
하지만 이것은 강이나 호수에 있을 때 서로를 잊어버리는 것만 못하다.
<이진명·시인>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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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의 물이 다 마르면 물고기들은 살기위해 침을 뱉어주고, 거품을 내어 서로에게 습기를
공급하며 , 서로를 적셔준다는 건 ,, 오늘 처음 들은 말입니다..
무한한 자연속에서,,그들의 생존법칙과, 함께해야 살 수 있다는걸 물고기들도 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신선한 느낌을 받습니다..
물고기들도 이렇게,,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내 몸의 일부를 내어주며,
서로에게 힘이되어 주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이 들보다 더 나아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오늘 물고기에게 한수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