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묵시록
마종기
잠에 빠져서, 잠의
긴 강을 헤엄치며 허우적거리며
벽 한구석을 더듬어 만지다
물 밑인가, 문을 열고 얼결에
꿈의 빈방으로 들어서는 것은,
그 공간에서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신기하여라, 내 잠 속에 가득한 생명.
꿈으로 들어가는 많은 길,
세상의 생사와는 관계없는 교유가
나를 출렁이고 숨차게 하네.
우리의 살결이 숨차게 하네.
이 꿈과 저 꿈을 밤새 오가며, 헤엄치며
언제쯤 당신 방을 발견할 수 있을지
그 기대 속에 오늘도 밤을 설치느니
녹슬어가는 신경, 흔들리는 편견이여,
늘 밝고 아름다웠던 이곳의 소문은
지상의 마지막 잠에서 당신 방을 찾는 것.
반가움의 긴 눈물로 함께 잠길 수 있다면
죽음은 얼마나 반갑고 화려할 것인가.
우리는 또 얼마나 활기차게 타오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