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덕계곡의 피라칸타스 )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 최두석(1955~)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며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아침 숲에서 뻐꾹나리 꽃 앞에 쪼그려 앉았는데,
서울 지하철 6호선 삼각지 역 안에서 꽃사과나무 꽃이 피었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3호선 압구정역에선 배롱나무가 피었단다. 메시지는 이어진다.
4호선 서울역엔 석류가 맺혔고, 돈암역에선 목련이 진단다.
생뚱맞은 메시지에 꽃멀미가 인다. 차가운 스크린도어에 얹혀진 따뜻한 시를 읽은 동무의 메시지다.
표정 없는 군중 사이에서 흔들리며 전화기 버튼을 누른 동무가 고맙다.
박각시나방 한 마리가 뻐꾹나리 꽃을 떠나지 않고 오래 머무른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휘청거릴 동무에게 박각시나방의 날갯짓을 답장으로 보낸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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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은 평신도주일입니다..
가톨릭에서 평신도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죠..
이 날은 신부님의 강론 대신에 평신도회장님께서 강론을 하십니다..
서귀포성당 평신도회장님의 말씀..
평소 조용하고,,, 미소가 많으신 회장님께서는
작년에 회장이 되고서 교우들과 어울리기 위해 하신 일들을 찬찬히 말씀해 주십니다..
작년 구역조정으로 인해 ,, 서귀복자에서 오신 회장님은
우선 사람들을 알기 위해,, 미사가 끝나면 신부님 뒤에서
신자 한분 한분과 인사를 나누면서,, 얼굴을 익혀 나갔고,, 크고 작은 일에도 솔선 하셨죠..
혼자서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들도,, 모두의 도움으로
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약 20여년 전에 뇌수술을 받고,, 그 당시 수술 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소견과는 달리
건강하게,, 치과의사로 활동하시는 분,,
그게 다 은총이라는군요 ..
그저,, 조용히,, 제 소임을 다 하시는 분..
강론 마지막을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를 낭송 해주십니다..
시를 좋아하시고,,
그저 미소를 잘 지으시고 말보다 솔선하는 모습을 보이시는
신부님을 닮아가나 보네요..
그 모습들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