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린 사진 ... )
이슬의 눈
- 마 종 기 -
가을이 첩첩 쌓인 산속에 들어가
빈 접시 하나 손에 들고 섰습니다.
밤새의 추위를 이겨냈더니
접시 안에 맑은 이슬이 모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슬은 너무 적어서
목마름을 달랠 수는 없었습니다.
하룻밤을 더 모으면 이슬이 고일까,
그 이슬의 눈을 며칠이고 보면
맑고 찬 시 한 편 건질 수 있을까,
이유 없는 목마름도 해결할 수 있을까.
다음 날엔 새벽이 오기도 전에
이슬 대신 낙엽 한 장이 어깨에 떨어져
부질없다, 부질없다 소리치는 통에
나까지 어깨 무거워 주저앉았습니다.
이슬은 아침이 되어서야 맑은 눈을 뜨고
간밤의 낙엽을 아껴주었습니다.
- 당신은 그러니, 두 눈을 뜨고 사세요.
앞도 보고 뒤도 보고 위도 보세요
다 보이지요? 당신이 가고 당신이 옵니다.
당신이 하나씩 다 모일 때까지, 또 그 이후에도
눈뜨고 사세요, 바람이나 바다같이요.
바람이나 산이나 바다같이 사는
나는 이슬의 두 눈을 보았습니다. 그 후에도
바람의 앞이나 바다의 뒤에서
두 눈 뜬 이슬의 눈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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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마종기 시인의 시랍니다..
시인의 시를 읽으면,, 마치 내가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글의 내용도 서정적이고,, 사물을 보는 시각도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는 시가 많습니다...
시인의 시는,,, 누구나 공감하게 ,, 알아 듣기 좋게 써서 그런지,,
읽으면,, 그 영상들이 떠오르고,, 가만히 눈감아 음미해보면,,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끼기도 하죠...
내가 바람이나,, 산이나,, 바다같이 살아서,,
맑고 자그마한 이슬들이 모여서 자연의 목을 축여 주듯이..
어느 누군가에게 목마름을 채워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작은 수증기가 모여서 만들어진 이슬..
당신은 그 이슬의 눈을 본 적이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