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여름 비자림과 인근에 있는,,, 조천 선흘 동백동산에서..... )
기우
- 이영광(1965~)
먼 훗날 당신이 아파지면
우리가 맨발로 걷던
비자림을 생각하겠어요
제주도 보리밭에 깜짝 놀란
당신이 느닷없이 사색이 되어
수풀 속에 들어가 엉덩이를 내리면,
나는 그 길섶 지키고 서서
산지기 같은 얼굴로
오가는 사람들을 노려봤지요
비자림이 당신 냄샐 감춰주는 동안
나는 당신이, 마음보다 더 깊은
몸속의 어둠 몸속의 늪 몸속의 내실에
날 들여 세워두었다 생각했지요
당신 속에는, 맨발로 함께 걸어도
나 혼자만 들어가본 곳이 있지요
나 혼자선 나올 수 없는 곳이 있지요
먼 훗날 당신이 아파지면
웃다간 눈물 나던 비자림을 찾겠어요
조붓한 그 숲 길은 맨발로 걸어야 더 좋다. 제주 구좌읍 평대리의 아름다운 원시림이 그렇다.
따뜻한 남녘을 좋아하는 비자나무가 많아서 비자림이라 부르지만 온갖 동식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천연의 숲이다.
천년 동안 원시의 생명을 지킨 건 이 숲에 들어서면 천벌을 받는다는 전설이었다.
자연을 지켜 사람살이를 평안히 이어가려는 속내가 담긴 전설이다.
사람은 전설로 숲을 지켰고, 숲은 어둠으로 사람을 보듬었다.
다시 사람과 함께 천년 을 살아야 할 영원의 숲이다.
먼 훗날 세상살이가 고달파지면 이 숲을 맨발로 거닐며 태곳적 풍요를 떠올릴 수 있으리라.
기쁨도 슬픔도, 눈물도 웃음도 모두 포근히 품어 안는 비밀의 숲이다.
< 고규홍 나무컬럼니스트 >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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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예전에 도내 여행을 가면,, 꼭 들렸던 곳..
그때는 비자림 한 바퀴 도는데도 왜 그리 시간이 걸렸는지..
뭐가 좋은지 몰랐었는데,,
이제야 자연이 좋은걸 아네요..
어릴적 비자나무열매는 구충제가 된다고 해서,, 어머니가 먹여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비자림을 두고,, 저렇게 멋진 시가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