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아리오름의 물매화 ... )
신부
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
운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
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
서 손을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
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
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
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
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
어 그 어깨에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
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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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얼마나 많은 오해가 있을까요..
그 오해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헤어지기도 하고,,
또 미워하게 되는 걸까요..
잠깐의 오해가,,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하고,,
조그만 오해로 평생 후회하며 살기도 합니다...
신부를 오해하고,, 자기집으로 줄행랑을 친,,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신랑이 무슨 생각을 하고,, 또 무슨 오해를 해서 안돌아오는 것인지..
아니면,,무슨 일이 신랑에게 생겨서 못돌아 오는지...
하염없이 기다렸던 ,, 신부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신방에 요강이라도 하나 갔다 놓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요즘 세상에는 있을 수도 없는 신부의 기다림,,,
그 기다림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