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서경(敍景)
마종기
첩첩 깊은 산중 한구석에서 소리치고 찾아헤맨다.
비 맞고 눈 내리고 바람 부는 온 계절을 헐어가는 짐승이 되어,
눈은 달아서 흐려지고 발은 피멍이 들었네. 해가 바뀌고 아직
다 늙기 전에 나는 이 가을 위에 모닥불을 붙인다. 바람이 분다,
불이 넓게 붙는다. 온 산에 외롭고 고달픈 영혼이 모두 불탄다.
산도 타고 나도 타고 천지를 깨끗이 한 뒤, 드디어 내 눈에 당신이
보이고 내가 연꽃의 밤낮을 뛰어 우리는 만나고 어루만지고
포기하고, 그러나 결국은 모두 타서 숯이 되어 우리가 손잡고 있으면
한 천년쯤 뒤에 그 숯을 태우는 젊은 애인들이 우리가 아직도 밝고
뜨겁게 타는 것을 보고 무서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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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밝고 뜨겁게 타는 사랑이라...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
요즘 마종기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시인이 한 이야기를 몇자 적습니다..
.... 어쩌다 나는 의사로 평생을 지내오면서 인간의 육체적 조건과
항상 가깝게 함께 어울려 살아왔다. 그래서 내 문학의 화두는
자연히 생명이었다. 인간의 생명은 언제나 희망과 사랑을 지향
하기 때문에 그 따듯함이 그리워 나는 시를 써왔고 시를 쓰는
동안의 고통까지도 껴안으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