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안에 또 산이
마종기
산 안에 또 산이 하나 있구나.
눈앞에 보이는 산 안에
숨어 사는 산이 있으니
산에 오르면 싱싱하게
산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구나.
거친 산의 피부 안에
깊고 부드러운 산냄새.
물 안에 물이 없으면
우리들이 물 안에 보일 리도 없겠지,
바다에 혼자 나가서도
멀리서 오는 말을 들을 수가 없겠지.
그러니 내 속에 내가 있는 것도 할 수 없겠지.
내 속에 숨어 사는 나보다 작은 목숨,
조용하면 들리는 말소리의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