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 이홍섭 -
울지 마세요
돌아갈 곳이 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을 더듬으며
몰래 울고 있는 당신, 머리채 잡힌 야자수처럼
엉엉 울고 있는 당신
섬 속에 숨은 당신
섬 밖으로 떠도는 당신
울지 마세요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맨 처음 만난 당신은 잔잔한 물살 같았지.
밀물 때에는 울음이 목울대까지 차올라 삭이며 울고,
썰물 때에는 갯벌에 난 물길처럼 등을 보이며 울었네.
그 다음 만난 당신은 돌담이거나 야자수 같았어.
구멍 뚫린 담벼락이 담배에 헌 폐 같아서
당신의 울음에서는 바람소리가 났지.
혹은 집문서 찾는 노름꾼 남편에게 머리끄덩이 잡힌
아낙 같기도 해서 당신의 울음은 절박하고 꿋꿋했어.
나중에 만난 당신은 섬이었네.
섬처럼 홀로였으므로 당신은 섬 속의 섬이기도 했고
섬 밖의 섬이기도 했네. 제 울음에 흔들리는 섬,
“가도 가도 서쪽인” 그런 섬이었지.
나는 그 ‘서’가 ‘서러울 서’자라고 생각하네.
이제 나는 당신이 파도임을 알았네.
당신이 곡비(哭婢)처럼 멈추지 않았음을,
한 파도를 다음 파도가 잇듯 당신이 연이어 내게로 오는 것을 알았네.
<권혁웅·시인>
- 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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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가 제목인 시..
서귀포(西歸浦)를 서쪽으로 돌아간다고 표현했는데,,,
그 서쪽은 어딘지요,,
글자 그대로,,, 서쪽으로 돌고 돌고 돌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다시 돌아올까요..
그러면 ,,,, 그 옛날 떠나간 사람들도 다시 돌아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