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윗세오름과 남벽사이에서 ... )
어디서 또 쓸쓸히
- 최승자 -
쓸쓸히 한 하늘이
떠나가고 있습니다
쓸쓸히 한 세계가
지고 있습니다
어디서 또 쓸쓸히
꽃잎들은 피어나겠지요
바람은 여전히
불어 가고 있겠지요
(전격적인 무궁한
해체를 위하여)
(오늘도 새 한 마리
허공을 쪼아 먹고 있군요)
한 장 뜯어내니 푸르던 달력에 빨간 빛이 차오른다.
녹음에서 단풍으로의 변화는 극적이다. 비 많았던 한 계절이 쓸쓸히 떠난다.
여름 꽃들은 쓸쓸히 진다.
이곳을 떠나 다시 피어날 채비다.
어디선가 날아온 어린 새가 간당이는 한 장의 잎 위를 스치며 여린 부리로 허공을 쪼아댄다.
새의 보솜한 깃털 사이로 가을이 파고든다.
계절 따라 시든 꽃, 시든 잎이 떠나간다, 새 잎, 새 꽃을 피우기 위해 모두 내려놓아야 할 때다.
무궁한 해체와 무진한 창조의 순환이다.
긴 투병 뒤에 돌아온 시인의 고통을 닮았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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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실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소슬한게 ,,
가을인것 같았습니다..
여름꽃도 다 져버리고,,
봄에 피었던 꽃들은 열매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느덧 ,, 계절은 바뀌어 가고,,
머지 않아 나무들은 잎사귀를 모두 내려 놓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