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오는 날,, 어후폭포에서 산수국.. )
( 사려니 숲길에서,, 산탈나무 )
허화들의 밥상
- 박 라 연 -
봄꽃가지에서
그렁거리던 눈부신 청색 꽃잎들이
가을까지 오래된 생각처럼 골똘하다
저 목숨은 山수국이 피운 허화,
향낭이 없어
자연사될 수 없다
이쯤이면 가짜도 진짜도 한 몸이라서
아플 텐데 山수국 저 가시나
(……)
문득 세상의 허화들은
무슨 죄로 가짜 생존의 시간 속
으로 끌려나왔을까 구구절절 누구를
빛내주려고 왔을까 1%쯤 모자라서 쓸쓸한
生들을 대신 완성해주려고? 덩달아
골똘해져서는 가짜의 고통을 목졸라준다
(내일은 잘린 내 목에서 수국이 피어날 것이다)
수국은 가짜 꽃을 피운다. 진짜 꽃보다 예쁘다.
새파란 진짜 꽃만으로는 생식의 환희를 누릴 수 없어서다.
생식을 위해 피우는 꽃이 가짜 꽃, 허화(虛花)다.
진짜 꽃은 너무 작아서 벌 나비를 부르지 못한다.
허화를 피워서 벌 나비의 눈에 들어야 한다.
허화는 진짜에게 모자란 1%를 위해 스스로의 목을 조르고,
번식의 쾌락을 내려놓아야 한다.
다 버리고, 오직 아름다워야 한다.
스스로 태어날 수도 죽을 수도 없다.
생존 자체가 가짜인 탓이다.
환희가 배제된 아름다움은 고통이다.
고통으로 태어난 허화의 생이 서럽다.
허화는 가짜 꽃이지만 진짜를 진짜로 키운다.
생을 대신 완성하는 진짜 꽃이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시가있는 아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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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화 (虛花),, 가짜꽃을 피우는 꽃들..
수국도 그렇지만,, 산탈나무도 허화를 피웁니다..
수국은 진짜인 작은꽃을 위해서 ,,
허화가 네잎의 꽃잎이 하나의 봉우리를 만들고,,
산탈나무는 열매가 달려 커 갈때까지,, 허화가 달려있죠..
다른것들은 진짜가 가짜를 위해 희생을 하는데,,
이 허화들은 가짜가 진짜를 위해 희생을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