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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한라산 암매

by 제주물빛 2010. 6. 22.

 


 

             “ 한라산 암매를 지켜주세요 ”



                  



             키 2∼3cm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무

             한반도선 백록담에만 서식 불법채취에 20여 개체 남아



               ‘아주 먼 옛날, 우주를 떠돌던 별무리가 거센 비바람을 피해

               한라산 바위로 내려온다. 외로움에 지친 바위는 이들을 깊숙이 품는다.

               기나긴 빙하기가 끝나고 초록 잎이 지구를 덮는 어느 날 별무리는 다시 길을 떠난다.

               바위는 사나운 바람이 몰아치는 곳에 더 남아달라는 이야기를 차마 못한다.

               별무리가 떠난 멍울 자리에 잎이 돋아난다. 초록 잎 속에서 순백의 꽃이 피어난다.

               떠나간 별을 그리워하는 바위의 눈물처럼 애처롭다.’(오희삼 작 한라산편지에서 발췌)



               한라산 정상에서 자라는 ‘암매(巖梅)’ 이야기다. 암매는 꽃이 매화나무와 닮아서 붙여졌다.

               돌매화나무로도 불린다. 20일 오후 한라산 백록담을 찾았다. 한라산국립공원의 사전 허가를 받아

               멸종위기종을 연구하는 여미지식물원 김명준 객원연구원(43)과 동행했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북벽으로 향했다. 20여 m 앞에서 하얀 꽃이 눈에 들어왔다.

               바위에 바짝 달라붙어 위태롭게 자라는 암매. 겨우내 검붉던 잎은 어느새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잎 사이로 올라온 꽃대에 엄지손톱 크기의 꽃이 달렸다.

              계곡 사이를 치고 올라오는 세찬 바람을 견디느라 딱딱하게 굳었다.


               암매는 빙하기에 남하해 한라산에 터를 잡은 식물. 제주 섬이 과거에는 한반도와 붙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위도에 위치한 남방 한계식물이기도 하다.

               시베리아, 캄차카반도에서 확인되지만  해발고도가 높은 북한의 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은 “극지(極地)에 서식하는 암매가 한라산에 자생한다는 사실은 학술적으로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며

               “크기가 작아도 수령은 50년 이상이다”고 말했다.


               암매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야생식물. 언뜻 보기에 초본(草本)으로 보이지만 엄연한 나무.

               키가 2∼3cm에 불과해 세계적으로 가장 키 작은 나무로 알려졌다. 이날 확인한 암매는 20여 개체.

               암매가 붙은 바위는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롭다. 풍화작용 등으로 서북벽의 일부 암반이

               쓰러지면서 상당수 암매가 사라졌다. 기후온난화, 불법 채취는 암매의 설 자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고정군 제주도한라생태환경부 책임연구원은 “암매 서식환경 등이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인공 증식이 힘들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010.  6.  22자 )  임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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