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널폭포에서 ... )
끈
신달자
내가 건너온 강이 손등 위에 다 모여 있다
무겁다는 말도 없이 손은 잘 받아 주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꽤 수척해 있다
툭툭 튀어나온 강줄기가 순조롭지 않았는지
억세게 고단하게 보인다
허겁지겁 건너오느라 강의 성도 이름도 몰라
우두커니 쳐다보기만 하는데
뭐 이름을 알아 무엇하냐며 손사래를 치는 것인지
퍼런 심줄 줄기가 거칠게 겉늙어 보인다
그 강의 이름을 그냥 끈이라 하자
날 놓지 못하고 기어이 내 손등까지 따라와
소리 없이 내가 건넌 세월의 줄을 홀쳐매고 있으니
자잘한 잔물결이 손등 전체에 퍼져
내가 아무리 떨쳐버리려 해도 세월의 주름은 더 깊게
내 손을 부여잡고 있다
그 세월 손아귀 힘이 장난 아니어서 아예
내 손등에도 4대 강이 흐른다.
하상(河床)을 긁어내서인지 근래 들어 강줄기가 또렷해진 것 같기도 하다.
저걸 어쩌나, 홍수 들이치면 다 떠내려 갈 텐데.
아무데나 퇴적된 살들이 쌓일 텐데.
흘러 넘친 “잔물결이 손등 전체에 퍼져”
이제는 누가 돌을 던졌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인연이란 그런 것. “허겁지겁 건너오느라” “성도 이름도” 다 잊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은 남아서, 내 몸은 손등까지 젖어 있구나.
안 되겠다, 저 강을 그냥 끈이라 부르자.
그런데 그 끈, 내 안의 실패가 풀어놓은 것이다.
옥죄는 심장이 자꾸 잡아당기는 손이 있다.
“잠 못 드는 밤”에, 아직도 네게로 뻗고 싶은 두 손이 있다.
<권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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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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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녁,, 저도 가만히 제 손을 들여다봅니다..
4대강이 문제가 아니군요..
울룩불룩 튀어나온 심줄은 ,, 태백산백 줄기도 되고 ,,백두대간도 되고,, 한라산도 되고..
거기다가,, 수많은 강과 하천 , 그 지류들과,, 검게 피어나는 섬들까지..
열두마디 손가락엔,, 굵은 매듭이 세월이 흔적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언제 이렇게,, 수 많은 산맥과 강줄기와 섬들이 생겨버린걸까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어느분이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나는군요..
이렇듯,, 산맥과 강줄기가 선명히 솟아난 제 손을 보고,,
"고생 ,, 참 ,, 많이 한 손이다 " 라고 한 말이 생각이 나는군요..
에~~ 구~~~~ 구...
저도 한때는 예쁜 손이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저는 그런 제 손이 ,, 부끄럽지가 않습니다..
그동안 제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이니까요..
한동안 ,, 물끄러미 처다보는 제 두 손..
오늘,, 저녁 ,, 제 손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넵니다...
" 참,, 수고 많았지.... 앞으로도 더 많은 산맥과 ,, 큰 강을 만들며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