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가 흔들려서... )
서가(序歌)
- 이 근 배 -
가을의 첫 줄을 쓴다.
깊이 생채기 진 여름의 끝의 자국
흙탕물이 쓸고 간 찌꺼기를 비집고
맑은 하늘의 한 자락을 마시는
들풀의 숨소리를 듣는다
금실 같은 볕살을 가슴에 받아도
터뜨릴 꽃씨 하나 없이
쭉정이 진 날들
이제 바람이 불면
마른 잎으로 떨어져 누울
나는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과 산다는 것의
뒤섞임과 소용돌이 속에서
쨍한 푸르름에도
헹궈지지 않는 슬픔을
가을의 첫 줄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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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금실같은 볕살을 받아서,,
터트릴 꽃씨들을 가슴 하나 가득 지니고 이 가을을 보내고 싶습니다..
매 해 가을이면,,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아련한 기억들이 다가와 상념에 젖을때가 많았었습니다..
아마,, 버리고 싶지 않는 젊은 날 어느 가을의 잔상들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도 제일 늦게 나이드는게 목소리라고 했지만,,
목소리보다 더 늦게 나이드는건 지나간 추억이 아닐련지요...
갑자기 쌀쌀해져버린 날씨 탓에 ,,
알레르기로 또 콧물을 달고 살지만..
그 차가운 공기가 내 살갖을 일으키고,,
내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 같아서
쨍한 푸르름속에서
설령,,,
행궈지지 않는 슬픔이 있다 할 지라도,,,
저는 이 가을 내 주위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