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고악 분화구에서 ...... )
바람 나뭇잎
고형렬(1954~ )
나 오랜 옛날에 나무인 적 있었다
다른 세상의 햇살이 지나가고
치맛자락을 흔들어대는 바람이 불던 날
나 그때 나무였던 것이 분명하다
이제야 그 아련한 추억들이 수런인다
우주 낯선 강 멀리 키는 하늘에 닿아
수도 없이 돋아나오는 나뭇잎들이 되면서
나는 비로소 아주 먼 그 옛날 내가
귀여운 애기잎사귀들을 흔들어주면서
바람으로 돌아오는 나를 보았었다, 그때
나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서야 아련한 추억들이 살아난다
파란 바람아 불어오니라 불어가니라
알려고 하는 자에게만 비밀을 일러주고
저 나뭇가지들을 흔들어주어라
나 옛날에 바람이었던 때가 즐거웠다
그때가 아름다운 때였음을 알게 되었다.
북유럽 신화에서 최고의 신 오딘은 하늘을 떠받치고 선 거대한 물푸레나무의 가지를 꺾어 남자를 빚었다.
여자는 곁의 느릅나무로였다.
신화 속 최초의 남자와 여자는 이른 아침에 장미 꽃잎 위에 피어 오르는 찬연한 이슬 방울을 양식으로 살았다.
나무를 닮아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이었다.
지금 세상살이에 흔들릴 때마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을 바라보게 되는 건
필경 사람의 유전자에 나무의 흔적이 담긴 때문이리라.
‘나무처럼 살고 싶어지는 것’도 사람이 언젠가 나무였던 까닭임이 틀림없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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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의 가지를 꺾어 남자를 빚고,,
느릅나무로 여자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남자와 여자는 이른 아침 장미 꽃잎 위에 피어 오르는 이슬을 양식으로 삼았다니,,
신화는 신화네요..
시도 좋지만,, 칼럼니스트의 해설이 더 좋은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