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
- 고 진 하 -
어떤 시인이
꽃과 나무들을 가꾸며 노니는 농원엘 갔었지요.
때마침,
천지를 환하게 물들이는 살구나무 꽃가지에
덩치 큰 직박구리 한 마리가 앉아
꽃 속의 꿀을 쪽쪽 빨아먹고 있었지요.
곁에 있던 누군가가 그걸 바라보다가,
꽃가지를 짓누르며 꿀을 빨아먹는 새가 잔인해 보인다며
훠어이 훠어이 쫓아버렸어요.
아니, 그렇다면
꿀이 흐르는 꽃가지에 앉은 生이
꿀을 빨아먹지 않고 무얼 먹으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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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눈으로 직박구리를
봐야 하는데
인간의 잣대로 보니
직박구리는 남의 꿀이나 빨아먹는
부도덕한 새가 되었네요.
그나저나
꽃을 배경으로 집을 지은
우리의 거미는 어디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