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 박형권-
귀뚜라미는 나에게 가을밤을 읽어주는데
나는 귀뚜라미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언제 한번 귀뚜라미를 초대하여
발 뻗고 눕게 하고
귀뚜라미를 찬미한 시인들의 시를 읽어주고 싶다
오늘 밤에는
귀뚜라미로 변신하여
가을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동네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 봐야겠다
........................................................................................................................................
덥다 덥다 하다 보니
귀뚜라미가 살며시 다가와 울어준다.
이제 가을이 오고 있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