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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이야기

가을은 저쪽에

by 제주물빛 2023. 11. 14.

 

 

가을은 저쪽에

 

- 문태준 -

 

감나무를 우두커니 멀리서 말없이 바라보듯이

 

빈집 반쯤 무너진 돌담 곁에 섰지만 붉은 감들이 연신

바람을 안고 흔들흔들하듯이

농담에 잇몸을 드러내고 햇살 속에 웃는 듯이

 

가을 내내 감들이 가을의 가지에 덜렁덜렁 매달려 

있었던 것을 

한눈팔다 오늘 처음 보게 된 듯이

 

노동을 끝내고 이제 좀 쉬려는 가을은 저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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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는 첫눈이 내렸다

모든 등산로가 통제된 날

이제 가을은 내가 할 일은 모두 다 했다는 듯이

이 모든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ㅡ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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