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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이야기

저녁기도

by 제주물빛 2024. 7. 15.

 

 

저녁 기도

 

- 마종기 -

 

여러 개의 꽃을 가진 부자보다

한 개의 꽃을 겨우 가진

네가 행복하구나.

 

한 개의 꽃만 있으니

그 꽃의 시작과 끝을 알고

꽃잎의 색깔이 언제쯤

물드는지, 비밀스럽게

언제쯤 향기를 만드는지,

 

다가가면 왜 미소를 전하는지,

몇 시쯤 잠이 드는지,

잠이 들면 그 숨소리도 하나씩

다 들을 수 있는 황홀,

꽃을 한 개만 가진 이가

소유의 뜻을 세밀하게 아네,

 

그러나 언젠가 나이 들어

다 늙고 시든 몸으로

우리가 땅 그늘에 지면

생전의 섬세한 색과 향은

어느 기억에 남아서 살까,

누가 가까이 다가와

우리의 잠을 깨워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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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산책 중에 만난

선인장꽃이다

선인장 하면

가시만 생각할지 모르지만

꽃은 이렇게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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