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기도
- 마종기 -
여러 개의 꽃을 가진 부자보다
한 개의 꽃을 겨우 가진
네가 행복하구나.
한 개의 꽃만 있으니
그 꽃의 시작과 끝을 알고
꽃잎의 색깔이 언제쯤
물드는지, 비밀스럽게
언제쯤 향기를 만드는지,
다가가면 왜 미소를 전하는지,
몇 시쯤 잠이 드는지,
잠이 들면 그 숨소리도 하나씩
다 들을 수 있는 황홀,
꽃을 한 개만 가진 이가
소유의 뜻을 세밀하게 아네,
그러나 언젠가 나이 들어
다 늙고 시든 몸으로
우리가 땅 그늘에 지면
생전의 섬세한 색과 향은
어느 기억에 남아서 살까,
누가 가까이 다가와
우리의 잠을 깨워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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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산책 중에 만난
선인장꽃이다
선인장 하면
가시만 생각할지 모르지만
꽃은 이렇게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