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시
- 조 병 화 -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움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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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도 이제 절반이 지나고 있다
몹시도 뜨거웠던
올여름
구월 중순이 된 지금도
덥기만하니
이제 구월도
여름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여름동안
축 늘어졌던
몸과 마음들이
가을 바람을 맞으며
조금이나마
가벼워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