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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이야기

가차 없이 아름답다 ,,,,

by 제주물빛 2015. 9. 11.

 

 

 

 

 

 

 

가차 없이 아름답다

 

 

- 김주대(1965~ )

 

 

빗방울 하나가

 

차 앞유리에 와서 몸을 내려놓고

 

속도를 마감한다

 

심장을 유리에 대고 납작하게 떨다가

 

충격에서 벗어난 뱀처럼 꿈틀거리더니

 

목탁 같은 눈망울로

 

차 안을 한번 들여다보고는

 

어떠한 사족(蛇足)도 없이 미끄러져, 문득

 

사라진다

 

 

가차 없이 사라지는 것은 가차 없이 아름답다.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모란이 지던 초여름 밤, 짧게 지나가는 비, 백거이의 어떤 시구,

초가을의 아침 이슬, 거룻배, 중국 여행의 끝, 무지개, 첫사랑따위가 그렇다.

차 앞유리에서 제 속도를 마감하는 빗방울도 가차 없이 사라지는 것의 목록에 든다.

빗방울은 꿈틀거리다가 목탁 같은 눈망울로 차 안을 들여다보고,

이윽고 미끄러져 사라진다.

이 미미한 것의 사라짐을 놓치지 않은 시인이라니!

덧없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빗방울 한 점은 젊음, 세월, 생명, 사랑이나 다를 바 없다.

찰나의 광휘를 남기고 사라짐으로써 애틋해지는 것들!

 

장석주·시인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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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납작하게 대고 떨다가 ,,,

가차없이 미끌어져 가는 빗방울 ,,,,

그 빗방울이 얼마나 고운지 ,,,,

나는 알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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