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 대신 농담 던지며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박지성 ‘완장’엔 권위 대신 소통 있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대한민국 축구가 새 역사를 썼다. 23일 새벽은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감격 속에 밝아왔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겨 B조 2위(1승1무1패)로 16강에 올랐다.
쾌거의 중심에는 ‘캡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있다.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고, 보이지 않는 듯하면서도 위엄
있는 카리스마로 동료들을 감쌌다. 세계 최고의 팀에서 뛰고 있음에도 자신을 낮추고 솔선수범하는 그는 우리 시대가 지향해야
할 리더십의 전범을 보여준다.
박지성은 후배들에게 지시하지 않는다. 농담을 툭툭 던지며 누구와도 허물이 없다. 지난 14일 선수단 전체 인터뷰 때는
“(박)주영이가 말을 엄청 안 듣는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박주영(25·모나코)은 박지성의 리더십을 ‘친근함’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형이 스스럼없이 대해 준다. 선후배 관계라기보다 친구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박지성에 앞서 주장을 맡았던
김남일(33·톰 톰스크)은 “지성이는 동료들에게 부드럽게 대한다. 말로 지시하지 않고 자신이 솔선수범하며, 선수들이 알아서
하도록 이끈다”고 말했다. 권위를 앞세우지 않고도 통솔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 솔선수범하는 바른 생활 사나이
박지성은 축구 말고는 ‘딴짓’을 하지 않는다. 성실하고 겸손하며 스캔들 없는 깨끗한 품행은 후배들이
따라 배워야 할 교과서다. 그런 까닭에 그의 말에는 힘이 실린다. 그의 말은 특별한 게 없다
그리스와 첫 경기를 앞두고는 “초반에 집중하자”고 했고, 나이지리아전 때는 “냉정을 잃지 말자”고 주문했다.
평범한 한마디지만 박지성의 말이기에 통한다. 나이지리아전을 마친 뒤 염기훈(27·수원)은 “냉정을 잃지 말라는
형 얘기 때문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정신이 멀쩡했다. 역전할 수 있다는 믿음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아르헨티나전에서 1-4로 대패한 다음 날, 박지성은 가장 먼저 아침식사 자리에 나왔다.
모든 선수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두 시간 넘게 자리를 지켰다. 그는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후배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실없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밝게 바꾸고 힘겨운 과정을 견딘 경험담도 들려줬다.
가라앉을 뻔했던 대표팀이 활기를 되찾았다. 정해성 수석코치는 “박지성이 주장으로 솔선수범을 해 주니 팀의 사기가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박지성의 언행이 힘든 고비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필드에서는 최고의 해결사
나이지리아전 전반 12분 칼루 우체(알메리아)에게 선제골을 내주자 박지성은 무섭게 뛰기 시작했다.
악착같이 파고들고, 부딪치면서 공간을 만들었다. 그는 이날 11㎞가 넘는 거리를 끊임없이 뛰었다.
골을 넣지 못했지만 최고의 헌신을 보인 그는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쐐기골을 터뜨렸던 그리스전에 이어 두 번째였다. 박지성은 16강에 오르고서야 힘들었던 속내를 밝혔다.
그는 “16강이 이렇게 힘든 건지 새삼 깨달았다”며 “주장 완장을 달고 있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절실하게 느꼈다.
주장을 맡았던 형들이 얼마나 부담이 심했는지도 알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10. 6. 24)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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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움의 리더쉽"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고, 보이지 않는듯 하면서도 위엄있는 카리스마
자신을 낮추며 솔선하는 리더쉽, 권위를 앞세우지 않으면서도 통솔하는 리더쉽
그런 훈남 박지성이가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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