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 황동규 -
가을엔 이별의 앞차를 타리
길 뚫려 미리 터미널에 나가
시간 안 찬 차 타듯.
길 양편에서 손짓하는 억새들을 지나
그 뒤를 멋대로 색칠한 단풍들을 지나
낯익은 도시의 바뀐 모습에 한눈 팔다가
광장 한구석 조그맣고 환한 과일 좌판 위에
낙엽 한 장으로 ,혈맥(血脈) 한 장으로,
내리듯
과일에 닿기 직전
바람을 놓치고 한번 맴돌며
왜 이곳에 왔나를 환히 잊듯
그렇게 살다 가리.
떠남의 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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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이 더 깊어지기전에
이별의 앞차를 탈 수 는 없지만
낮선 터미널에서
낮선 버스를 타고
낮선 가을을 만나러 가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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