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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이야기

가을엔,,,

by 제주물빛 2019. 10. 14.







가을엔


-  황동규  -

가을엔 이별의 앞차를 타리

길 뚫려 미리 터미널에 나가

시간 안 찬 차 타듯.

길 양편에서 손짓하는 억새들을 지나

그 뒤를 멋대로 색칠한 단풍들을 지나

낯익은 도시의 바뀐 모습에 한눈 팔다가

광장 한구석 조그맣고 환한 과일 좌판 위에

낙엽 한 장으로 ,혈맥(血脈) 한 장으로,

내리듯

과일에 닿기 직전

바람을 놓치고 한번 맴돌며

왜 이곳에 왔나를 환히 잊듯

그렇게 살다 가리.

떠남의 한 모습.



......................................................................................................




이 가을이  더 깊어지기전에


이별의 앞차를 탈 수 는 없지만


낮선 터미널에서


낮선 버스를 타고


낮선 가을을 만나러 가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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