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이야기318 젖지 않는 마음 젖지 않는 마음 - 편지3 나희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 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 그늘 .. 2010. 7. 26. 물위에 쓴 시 물 위에 쓴 시 정 호 승 내 천 개의 손 중 단 하나의 손만이 그대의 눈물을 닦아주다가 내 천 개의 눈 중 단 하나의 눈만이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리다가 물이 다하고 산이 다하여 길이 없는 밤은 너무 깊어 달빛이 시퍼렇게 칼을 갈아 가지고 달려와 날카롭게 내 심장을 찔러 이제는 내 천 개의 손이 그.. 2010. 7. 25. 도천수대비가 도천수대비가 희 명 무릎을 곧추며 두 손 모아 천수관음 전에 빌며 기구합니다 천개 손에 천개 눈을 하나를 놓아 하나를 덜어, 둘 다 없는 내라 하나나마 그으기 고쳐주소서. 아으, 내게 베풀어 주시면 두루두루 쓰올 자비여 얼마나 큰고! 천수대비 관음전 앞에 서 있던 희명은 어떤 여인이었을까. 아마.. 2010. 7. 21.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강 은 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 2010. 7. 20. 플로리다 편지 플로리다 편지 마종기 구름은 바람의 흰무늬, 바람의 옷이었지요 못가에 매일 오는 저 물새 두 마리는 왜 살아야 하는지는 알지 못해도 둘이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아네요. 그러면 구름은 바람의 한숨, 결국 바람의 그림자였지요. 물새들을 가까이서 보며 웃고 있는 악어, 왜 늪에 빠져 살아야 하는지.. 2010. 7. 19. 술타령 (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전주전통 술박물관에 전시 된 글 ) 술타령 신천희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 술이 좋긴 좋죠.... 마음에 담아둔 말도 술 마시면 술술 나옵니다. 저는 산행이나 올레를 걸을때 막걸리 한잔 하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그러나, 탁배기 사발로 하나 가.. 2010. 7. 18. 그 꽃 그 꽃 - 고은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보았던 그 꽃 2010. 7. 14. 밤의 묵시록 밤의 묵시록 마종기 잠에 빠져서, 잠의 긴 강을 헤엄치며 허우적거리며 벽 한구석을 더듬어 만지다 물 밑인가, 문을 열고 얼결에 꿈의 빈방으로 들어서는 것은, 그 공간에서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신기하여라, 내 잠 속에 가득한 생명. 꿈으로 들어가는 많은 길, 세상의 생사와는 관계없는 교유가 .. 2010. 7. 13. 정방폭포 앞에서 정방폭포 앞에서 박 재 삼 그동안 그대에게 쏟은 정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이제는 그 절정에서 눈과 귀로만 돌아옵니다. 그것도 바닷가에 이르러 송두���째 몸을 날리면서 그러나 하늘의 옷과 하늘의 소리만을 오직 아름다운 하나로 남기면서 그런 아슬아슬한 불가능이 어쩌면 될 것도 같은 이 .. 2010. 7. 12. 이전 1 ··· 31 32 33 34 35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