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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이야기318

황홀극치 ,,,, ( 해진후 서귀포항에서 ) 황홀극치 - 나태주 - 황홀, 눈부심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함 좋아서 까무러칠 것 같음 어쨌든 좋아서 죽겠음 해 뜨는 것이 황홀이고 해 지는 것이 황홀이고 새 우는 것 꽃 피는 것 황홀이고 강물이 꼬리를 흔들며 바다에 이르는 것 황홀이다 그렇지, 무엇보다 바다 .. 2016. 4. 28.
그냥 그냥 이 승 희 - 그냥이라는 말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아니면 그냥이 라는 말로 덮어두고픈 온갖 이유들이 한순간 잠들어 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영원히 그 잠속에서​ 생을 마쳐 갈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그냥 속에는 그냥이 산다는 말은.. 2016. 4. 7.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바라보며 쪼구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2016. 3. 30.
두번은 없다 ,,,,, 두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두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는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하루.. 2016. 3. 25.
봄이 올 때까지는 ,,, 봄이 올 때까지는 - 안도현(1961~ ) 보고 싶어도 꾹 참기로 한다 저 얼음장 위에 던져놓은 돌이 강 밑바닥에 닿을 때까지는 “존재는 본질적으로 다수이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말이다. 단독자는 없다. 우리는 타자의 부재를 견디지 못한다. 늘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최소한 ‘.. 2016. 1. 29.
나무젓가락 ,,,, 나무젓가락 - 이 승 희 - 내가 바라본 것은 푸른 하늘과 구름, 내가 들었던 것은 반달 같은 시내를 따라 흐르고 흘렀던 결 곱던 노래들. 미루나무 온몸으로 흔들리던 그 낮은 시냇가의 낮잠 딱 한 끼 밥을 위해 내가 보았던 그 모든 것들을 잃어야 했던, ................................................... 2016. 1. 11.
성산포 ,,, 성산포 고 영 - 물동이 지고 돌담길 돌아가는 아낙의 뒤를 물방울이 따라붙는다 반바지 말아 올린 순백(純白)의 허벅지에 유채꽃잎이 묻어 있다 ―아즈방, 허벅지에 꽃 피었소! 눈 흘기는 아즈방 두 볼에 배시시 부끄러운 꽃물이 든다 “장밋빛 뺨과 입술은 시간의 칼날 아래 있지만 시간.. 2015. 12. 3.
목계장터 목계장터 -신경림 -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 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 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 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 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한네. ...................................................................................... 2015. 10. 7.
가차 없이 아름답다 ,,,, 가차 없이 아름답다 - 김주대(1965~ ) 빗방울 하나가 차 앞유리에 와서 몸을 내려놓고 속도를 마감한다 심장을 유리에 대고 납작하게 떨다가 충격에서 벗어난 뱀처럼 꿈틀거리더니 목탁 같은 눈망울로 차 안을 한번 들여다보고는 어떠한 사족(蛇足)도 없이 미끄러져, 문득 사라진다 가차 없.. 2015. 9. 11.